디지털 유산

아이 계정도 디지털 유산? 미성년자 계정의 처리 문제

다음세상계정 2025. 8. 11. 22:29

1. 어린이도 ‘디지털 존재’가 된다

요즘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 환경에 노출된다. 부모가 아이의 이름으로 개설한 유튜브 키즈 계정, 넷플릭스 프로필, 게임 계정은 물론, 초등학생 스스로 만든 구글 계정이나 인스타그램 비공개 계정까지… 미성년자의 온라인 활동은 성인 못지않게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팬데믹 이후 온라인 학습과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이 일상화되며,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클라우드 저장소, 영상 플랫폼, 메시징 앱 등을 사용하게 됐다. 문제는 이들이 아직 법적으로는 ‘행위 능력자’가 아니기에, 계정과 데이터의 법적 소유 및 관리 주체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또한, 아이가 사망하거나 돌연 연락이 두절됐을 때, 이들 계정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도 대부분의 플랫폼에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아이의 계정은 누구의 것인가’, 그리고 ‘그 디지털 자산은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라는 물음은 우리 사회가 아직 답하지 못한 숙제로 남아 있다.


2. 부모가 대리 접근할 수 있는가?

대부분의 미성년자 계정은 보호자의 동의나 인증을 전제로 개설된다. 따라서 많은 부모들은 당연히 자녀의 계정에 ‘접근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구글이나 애플의 약관을 보면, 미성년자의 계정일지라도 독립된 개인 정보 주체로 보호되며, 법적 사망 이후에도 명시적 동의 없이는 부모가 임의로 접근하거나 삭제를 요청하는 것이 제한된다. 구글 패밀리 링크(Family Link) 기능을 사용하면 자녀의 활동을 모니터링하거나 일정 제한을 둘 수 있지만, 자녀가 사망했을 때 해당 계정을 완전히 인출하거나 콘텐츠를 이전하는 데에는 여전히 명확한 정책이 부재하다. 또한 국내 개인정보보호법상, 사망자의 정보도 일정 수준 보호되며, 타인이 이를 열람하거나 삭제 요청할 경우 법원 명령이 필요할 수 있다. 결국, 설령 부모라 하더라도 아이의 계정을 ‘법적 유산’으로 처리하려면 엄격한 절차와 사전 동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사생활 보호라는 측면에선 긍정적이지만, 가족의 슬픔이나 실질적 처리 필요성을 고려하면 지나치게 엄격한 구조이기도 하다.


3. 미성년자 디지털 자산의 경제적 가치

단순히 계정 접근 문제에 그치지 않고, 미성년자의 디지털 계정은 때때로 상당한 경제적 가치를 지니는 자산이 되기도 한다. 특히 유튜브 키즈 채널, 틱톡 계정, SNS 기반의 콘텐츠 제작자 등으로 활동하던 아이들의 경우, 계정 자체에 광고 수익이나 후원금, 심지어는 NFT 자산이 얽혀 있는 경우가 많다. 일부 아동 유튜버는 월 수백만 원의 수익을 거두기도 하며, 이로 인해 해당 계정은 단순한 ‘아이의 놀이 공간’을 넘어 일종의 소규모 사업체에 가까운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나 미성년자 본인이 사망하거나 활동을 중단했을 때, 해당 수익 구조가 어떻게 종료되고 자산이 누구에게 귀속되는지에 대한 기준은 모호하다. 현행법상 미성년자는 경제 행위의 주체가 아니기에 보호자가 수익을 관리하되, 사후 상황에 대한 별도 계약이나 유언이 없는 이상 계정 자체를 양도하거나 상속하는 데에는 법적 제약이 따른다. 이는 유족 입장에서는 현실과 법 사이의 큰 괴리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4. 디지털 유산으로서 아이 계정의 의미

결국, 아이의 계정도 디지털 유산으로 인식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디지털 유산은 주로 성인의 계정과 콘텐츠를 중심으로 논의돼 왔지만,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등장으로 인해 미성년자의 정보도 유산으로 고려돼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더불어 정부와 플랫폼은 미성년자 계정의 사후 처리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예를 들어, 부모가 생전 아이와 함께 설정할 수 있는 ‘디지털 사후관리 옵션’을 제공하거나, 사망 시 보호자가 일정 범위 내에서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유보 권한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나아가 유족의 감정적 측면까지 고려해, SNS나 영상 플랫폼에서 아이의 사진과 영상을 **‘디지털 추모 콘텐츠’**로 전환하거나, 일정 기간 후 아카이브로 보관할 수 있는 기능도 고민해야 한다. 이는 단지 기술적 문제를 넘어, 아이의 삶을 존중하고 가족의 상실을 사회적으로 품어주는 디지털 장례의 일환이 될 수 있다.

아이 계정도 디지털 유산? 미성년자 계정의 처리 문제

🔍 요약: 미성년자 계정도 디지털 유산인가?

  1. 어린이도 디지털 자산을 가진다
    요즘 아이들도 다양한 온라인 계정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사망 시 처리 주체와 방식이 불분명한 디지털 유산으로 남게 된다.
  2. 부모의 접근 권한은 제한적이다
    대부분의 플랫폼은 아이 계정을 개별 개인정보 주체로 보호하며, 부모라도 사후에는 법적 증빙 없이는 접근이나 삭제가 어렵다.
  3. 계정이 자산이 될 수도 있다
    유튜브, 틱톡 등에서 활동하는 아동 계정은 실제 수익을 창출하기도 하며, 사망 시 계정 소유권과 수익 귀속 문제가 복잡하게 얽힌다.
  4. 사회적 논의와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미성년자 계정도 디지털 유산으로 인식하고, 생전 설정 옵션, 보호자 권한 부여 등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