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유산

사망 후 온라인 쇼핑 계정 처리 가이드

다음세상계정 2025. 8. 8. 10:12

1. 우리가 남긴 ‘장바구니’의 무게는 생각보다 크다

현대인의 삶에서 온라인 쇼핑은 일상이 되었다. 쿠팡, 11번가, G마켓, 네이버 쇼핑, 아마존, 이베이, 알리익스프레스 등 국내외를 아우르는 다양한 플랫폼에 우리는 수많은 계정을 만들어 물건을 사고, 리뷰를 남기고, 결제 정보를 저장해둔다. 이 계정들에는 단순한 구매 내역만 담겨 있는 것이 아니다. 자동 결제되는 구독 서비스, 저장된 신용카드 정보, 적립금과 포인트, 환불 대기 금액, 심지어는 환불받지 못한 반품 이력도 포함된다. 더불어 개인정보, 주소, 수신 내역, 연락처 등의 민감한 정보 역시 계정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생전 본인은 무심코 넘겼을지 몰라도, 사망 이후 이 계정들은 유족에게 법적, 경제적, 정서적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단지 “쇼핑몰 계정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으로 방치할 수 없는 이유다. 죽음을 맞이한 이후에도 계정이 자동으로 돌아가며 물건을 주문하거나 비용이 청구된다면, 이는 고인의 책임을 가족이 떠안게 되는 심각한 문제로 번질 수 있다.

사망 후 온라인 쇼핑 계정 처리 가이드

2. 온라인 쇼핑 계정 처리의 기본 절차: 접근권한과 해지

사망자의 온라인 쇼핑 계정을 처리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접근 권한이다. 대부분의 플랫폼은 유족이 계정에 접근하려면, 사망 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위임장(또는 법정 상속권을 증명하는 문서)을 요구한다. 각 쇼핑몰 고객센터를 통해 ‘사망자 계정 처리 요청’을 접수하면, 해당 서류 제출 후 계정을 비활성화하거나 탈퇴시켜주는 절차가 진행된다. 일부 플랫폼은 자동 결제나 정기 배송이 설정되어 있을 수 있으므로, 먼저 로그인하여 카드 등록 현황과 주문 내역을 확인하고, 즉시 결제 수단을 삭제하거나 일시 정지해야 한다. 계정 접근이 어려운 경우, 신용카드사나 은행을 통해 자동결제를 정지시키는 것이 우선 대응이 될 수 있다. 국내 플랫폼 중 일부는 유족이 직접 계정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고 ‘데이터 삭제 요청’만 받는 방식이므로, 이 경우 포인트나 쿠폰 등의 재산적 가치가 소멸될 수도 있다. 따라서 생전에 계정 목록과 로그인 정보, 이중 인증 코드(OTP 등)를 안전하게 정리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사후 정리를 위해 가족이 계정을 무작정 해킹하거나 불법 로그인하게 되는 것은 법적 리스크가 되기 때문에, 반드시 절차에 따른 합법적 접근을 고려해야 한다.

3. 계정 속 자산: 적립금, 미사용 포인트, 환불금의 행방

쇼핑 계정 속에 남겨진 적립금이나 포인트는 ‘소멸성 자산’으로 간주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플랫폼에서는 이를 현금화할 수 없으며, 계정 소유자가 사망했을 경우 상속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명시해 두고 있다. 특히 쿠팡 캐시, 네이버페이 포인트, SSG 머니, 이베이 크레딧 등은 이용 약관상 ‘회원의 사망 시 소멸’로 처리된다. 그러나 미처 환불받지 못한 주문 금액이나, 배송되지 않은 상품에 대한 반품 환불은 유족이 청구할 수 있는 권리로 인정된다. 이때는 거래 내역이 담긴 이메일, 문자 메시지, 결제 명세서 등을 증빙 자료로 제출해야 하며, 고인의 사망 전 결제일자, 배송 상태 등을 기준으로 환불 가능 여부가 결정된다. 다만 환불 역시 계정 접근이 되지 않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에, 가족이 당황하지 않도록 주요 쇼핑 계정의 정리 리스트를 생전에 만들어 두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네이버 ID, 쿠팡 ID, 등록된 카드 3개, 자동결제 서비스 OOO 포함” 식의 간단한 메모라도 남겨져 있다면, 남은 이들이 고인의 디지털 자산을 보다 책임감 있게 정리할 수 있다.

4. 생전에 할 수 있는 준비: 체크리스트와 ‘디지털 소비 정리계획’

온라인 쇼핑 계정을 포함한 디지털 소비 기록은 사망 후에도 여러 흔적을 남긴다. 이를 방치하면 가족들은 사후에도 ‘고인의 물건이 배송되었다’는 메시지를 받거나,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소비 활동이 계속되는 상황을 마주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생전에 반드시 필요한 것은 ‘디지털 소비 정리계획’이다. 이는 간단히 말해 어떤 쇼핑 계정이 있고, 어떤 자동 결제가 연결되어 있으며, 사망 시 누구에게 인계할지 또는 탈퇴할지를 미리 정리해두는 것이다. 이런 정보를 USB나 종이로 출력해 보관해도 좋지만, 보다 안전하게는 암호화된 노트 앱이나 디지털 유언장 서비스(예: Everplans, SafeBeyond 등)에 보관하고 신뢰할 만한 가족이나 법정 후견인에게 전달할 수 있다. 또한 가능하다면, 생전에 자주 이용하지 않는 쇼핑몰 계정은 정기적으로 삭제하거나 통합하는 것이 좋다. 적립금에 집착하기보다, 내 정보가 분산되지 않도록 단순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쇼핑 계정이 단순한 소비 기록을 넘어 내 구매 성향, 건강 상태, 관심사까지 담고 있는 점을 인지하고, 이 민감한 정보를 사망 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문서로 남기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고인의 사생활을 보호하고, 가족 간 갈등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요약 

  • 쇼핑 계정 목록, 아이디, 비밀번호 정리
  • 자동결제/정기배송 서비스 확인 및 메모
  • 적립금/환불금 정산 가능 여부 검토
  • 사망 시 계정 해지 요청 절차 숙지
  • 디지털 유언장 또는 암호화된 유산 목록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