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유산

‘구글 포토’ 속 추억, 가족에게 안전하게 물려주는 법

다음세상계정 2025. 8. 7. 10:08

1. 클라우드 속 기억의 무게, 그저 ‘사진’이 아니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장의 사진을 찍는다. 여행지의 풍경, 가족의 웃음, 자녀의 성장기, 때론 사소한 일상의 한 조각까지 모두 스마트폰에 저장되고, 대개는 구글 포토(Google Photos)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로 자동 백업된다. 그런데 그 수천, 수만 장의 사진은 단순한 이미지 파일이 아니다. 그것은 디지털 시대의 ‘기억 저장소’이자, 세대를 넘어 이어질 수 있는 무형의 유산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를 물려줄 ‘대상’이 아니라, 그저 편리한 저장 공간으로만 인식한다. 이 때문에 갑작스러운 사고나 사망이 발생했을 때, 유족들은 고인의 스마트폰은 물론 계정 접근 권한조차 확보하지 못해 소중한 기억을 영영 잃는 일이 적지 않다. 고인의 사진은 사실상 디지털 금고 속에 갇혀버리며, 법적으로도 보호받지 못한 채 소멸되곤 한다. 구글 포토에 저장된 추억을 가족에게 안전하게 넘기기 위해서는 생전부터 철저한 관리와 구체적인 설정이 필수적이다. 단지 ‘계정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주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서비스 구조에 맞는 합법적인 승계 절차가 필요하다.

2. 사망 전 ‘비상 접근 권한’ 설정이 가장 핵심이다

가장 확실하면서도 구글이 권장하는 방법은 바로 ‘사망 시 계정 관리자(Inactive Account Manager)’ 기능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 기능은 사용자가 일정 기간 계정을 사용하지 않으면 구글이 이를 ‘비활성 상태’로 간주하고, 사전에 지정된 비상 연락처에게 계정 일부 또는 전체 접근 권한을 위임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이때 사용자는 사진을 포함한 데이터 종류, 연락받을 사람의 이메일, 비활성으로 간주될 조건(예: 로그인 없음 3개월 이상) 등을 직접 설정할 수 있다. 예컨대, 생전에 딸을 계정 관리자에 등록하고 구글 포토 항목에 접근 가능하도록 해두면, 사망 후 자동으로 구글에서 딸에게 연락이 가고, 일정한 확인 절차 이후 구글 포토를 포함한 데이터를 다운로드하거나 열람할 수 있게 된다. 중요한 점은 이 설정이 단순히 ‘공유’가 아닌, 구글의 정책 안에서 이루어지는 정식 승인 방식이라는 점이다. 이로 인해 개인정보 보호법과 사생활 보호 원칙을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가족에게 디지털 유산을 안전하게 넘길 수 있는 합법적 루트가 된다. 하지만 대부분 이 기능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지나쳐버린다.

3. 사후 접근을 위한 사전 정보화와 기술적 백업

단일 계정에 모든 것이 연결된 시대, 구글 포토가 단절되면 삶의 연대기 자체가 증발할 수 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기술적 백업’과 ‘정보의 분산’이다. 첫째, 생전 주기적으로 구글 포토에 저장된 사진을 외장 하드디스크나 NAS(Network Attached Storage) 등 물리적 저장 장치에 복사해두는 것이 좋다. 구글 테이크아웃(Google Takeout) 기능을 활용하면 클릭 몇 번으로 포토, 드라이브, 이메일 등 전체 데이터를 한번에 다운로드할 수 있다. 정기 백업을 해두면 구글 계정이 폐쇄되더라도 물리적 복사본을 통해 추억을 이어갈 수 있다. 둘째, 계정 접근과 관련된 정보(아이디, 복구 이메일, 2단계 인증 방법 등)는 종이 문서 혹은 암호화된 USB 등에 보관하고, 신뢰할 수 있는 가족 또는 법률 대리인에게 위치와 접근 방법을 알려두는 것이 현명하다. 디지털 유언장을 활용해, 어떤 클라우드 서비스에 어떤 데이터가 있는지를 명시하고, 그 접근 방식과 권한 설정 내역을 첨부하는 것도 권장된다. 마지막으로, 고화질 가족 사진 등 일부 핵심 추억은 물리 인화와 디지털 앨범 제작 등으로 보존 형태를 다각화하는 것이 좋다. 기술이 진화할수록, 오히려 아날로그 방식이 ‘최후의 방어선’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구글 포토’ 속 추억, 가족에게 안전하게 물려주는 법

4. 구글의 정책과 가족의 권리, 충돌을 피하는 방법

사망자의 구글 계정에 접근하고자 할 때, 유족이 직접 구글에 요청할 수도 있다. 구글은 공식적으로 ‘사망자의 계정 접근 요청’ 페이지를 운영하며, 사망진단서, 신분증, 법적 상속 증명 서류, 구글 계정 이메일 주소 등을 제출하면 일정 조건 하에 검토 후 일부 데이터 접근을 허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구글은 개인 정보 보호 정책에 따라 ‘계정 전체 열람’은 원칙적으로 금지하며, 사전에 계정 관리자가 지정되지 않았다면 절차가 복잡하고 심사 기준도 엄격하다. 유족 입장에서는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이는 모든 사용자들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따라서 충돌을 피하고 가족의 권리를 확실히 확보하려면, 생전 사용자 스스로가 구글의 도구를 활용해 법적, 기술적 대비를 완료해 두는 것이 최선이다. 또한 일부 전문가들은 생전에 공증을 통해 구글 포토에 대한 소유 및 사용 권리를 특정인에게 위임하는 방식을 제안하고 있으며, 법률적으로도 디지털 자산에 대한 유언장 명시가 점차 인정받는 추세다. 결국 ‘추억은 데이터’가 된 시대, 그 데이터를 물려줄 방법 역시 의도적으로 설계되어야만 한다.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대비하지 않으면 열 수 없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