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가 가진 모든 디지털 계정 목록화: 보이는 것보다 훨씬 많다
디지털 유언장을 만들기 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이 소유한 디지털 계정을 빠짐없이 목록화하는 것이다. 단순히 생각하면 SNS, 이메일, 클라우드 계정 정도가 떠오를 수 있으나, 실제로 우리가 사용하는 서비스는 훨씬 방대하다. 구글, 네이버, 카카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X) 같은 대중적인 계정 외에도, 금융 관련 계정(인터넷 뱅킹, 증권사, 보험사), 커머스 플랫폼(쿠팡, 11번가, 이베이), 스트리밍 서비스(넷플릭스, 왓챠, 유튜브 프리미엄), 포인트 적립 계정(OK캐쉬백, 해피포인트), 각종 멤버십(이마트, GS&POINT) 등이 존재한다. 더불어 암호화폐 거래소, 도메인 등록 사이트, 웹호스팅 계정, 클라우드 서버(AWS, Azure 등), 개발자 계정(GitHub, Notion, Slack 등)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수십 개에 이르기도 한다. 이들 각각은 사망 후에도 법적 자산이 되거나, 사생활 보호와 직결될 수 있는 민감한 정보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디지털 유언장 작성 시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단계는 이 계정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정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2. 각 계정의 중요도 분류 및 계승 의사 표시하기
계정을 정리했다면 그 다음 단계는 계정별 중요도를 분류하고, 유족에게 어떤 방식으로 넘길지 판단하는 것이다. 단순 홍보용으로 사용했던 SNS 계정이나, 오래된 쇼핑몰 아이디 등은 삭제를 희망할 수 있으며, 이메일이나 클라우드 저장소처럼 가족이 접근해야 할 필요성이 높은 계정은 로그인 권한을 일정인에게 위임하거나 디지털 유언장을 통해 접근 경로를 안내할 수 있다. 특히 클라우드에 저장된 사진, 문서, 계약서 등은 유족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자산이 되기 때문에 반드시 계승할지 여부와 함께, 접근 경로와 비밀번호 전달 방식까지 함께 지정해 두는 것이 좋다. 반대로, 개인적인 기록이 남아 있는 블로그나 다이어리, 특정 메신저 계정은 사망 즉시 자동 삭제되도록 설정해 놓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최근에는 여러 계정 서비스들이 ‘사망 시 데이터 관리 도구’를 마련하고 있는데, 구글의 비활성 계정 관리자, 애플의 디지털 유산 연락처, 페이스북의 추모 계정 전환 설정 등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각 계정의 성격에 따라 삭제 / 계승 / 자동 처리 여부를 사전에 지정하는 것이 디지털 유언장의 핵심이다.
3. 비밀번호 관리자 또는 암호 저장소 활용하기
디지털 유언장을 만드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기술적 도구 중 하나는 비밀번호 관리자 앱 또는 암호화된 보안 저장소의 활용이다. 우리가 평소 사용하는 계정들은 대부분 2단계 인증, OTP, 생체 인증 등으로 보호되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계정명만 전달해서는 유족이 접근하기 어렵다. 이때 도움이 되는 것이 LastPass, 1Password, Bitwarden, Dashlane, Keeper 같은 신뢰도 높은 비밀번호 관리 앱이다. 이 앱들은 사용자가 등록해 둔 수십~수백 개의 계정 정보를 마스터 비밀번호 하나로 통합 관리할 수 있으며, 유언장에 이 마스터 키를 전달하면 유족은 필요한 계정에 안전하게 접근할 수 있다. 또한 이들 앱 대부분은 **비상 연락처 기능(Emergency Access)**을 제공해, 사용자가 사망하거나 장기간 로그인하지 않으면 지정된 사람에게 접근 권한을 넘겨줄 수 있다. 클라우드 기반 암호 저장소를 활용한다면 반드시 이중 백업(예: USB와 인쇄본 저장)을 함께 준비하는 것이 좋다. 만약 기술적 장비 사용이 어렵다면, 종이에 직접 계정 정보를 적고 공증을 받는 아날로그 방식도 유효하다. 중요한 것은 비밀번호 자체보다 ‘신뢰할 수 있는 전달 경로와 보안 조치’의 병행이라는 점이다.
4. 디지털 유언장 작성 시 유의해야 할 법적 및 현실적 주의사항
계정을 중심으로 디지털 유언장을 준비할 때는 반드시 법적 현실과 유족의 입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현재 한국은 디지털 유산 관련 법률이 아직 명확하지 않아, 유족이 고인의 계정에 접근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제한되거나 서비스사 측에서 거부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생전에 본인이 직접 ‘계정 위임 의사’를 문서화하거나, 이용 약관에 따라 계정 삭제나 데이터 이전을 명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금융 계정이나 수익이 발생하는 플랫폼(유튜브, 블로그, NFT 거래소 등)은 단순 정보 전달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으므로, 상속 대상 자산 목록으로 포함하고 유언 공증을 받아두는 것이 좋다. 또한 현실적인 측면에서, 유족이 디지털 장비나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너무 복잡한 암호 전달 방식보다는, 간단하고 직관적인 인수 매뉴얼을 함께 제공하는 것이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USB 메모리에 정리된 계정 리스트, 마스터 키, 설정 방법 영상 등을 함께 보관하거나, 종이로 정리한 ‘디지털 계정 설명서’를 만들어 둘 수 있다. 디지털 유언장은 결국 남겨진 사람을 위한 도구인 만큼, 정보 전달의 편의성과 법적 보호가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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