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유산

해외에선 어떻게 할까? 디지털 유산 정리에 대한 미국 사례 분석

다음세상계정 2025. 8. 2. 19:02

1. 디지털 유산을 법적으로 보호하는 첫 걸음: 미국의 RUFADAA 법안

미국에서는 개인이 사망한 뒤 디지털 자산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 법적 기준이 마련되어 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RUFADAA(Revised Uniform Fiduciary Access to Digital Assets Act, 개정 통일 디지털 자산 접근법)다. 이 법은 2015년 미국 전국통일법위원회(NCCUSL)에 의해 제안되었고, 현재 대부분의 주(State)에서 채택하고 있다. RUFADAA의 핵심은 유족이나 법적 수탁인이 사망자의 동의가 있을 경우, 이메일, 클라우드, SNS 등 디지털 계정에 합법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자동 접근이 허용되지는 않는다. 반드시 고인의 유언장 혹은 별도 문서에 해당 권한이 명시되어 있어야 한다. 이 법은 ‘프라이버시 보호’와 ‘재산 정리권의 보장’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절묘하게 조화시키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명확한 유사 법안이 없는 만큼, 미국의 RUFADAA는 디지털 유산 정리의 국제적 기준으로 주목할 만하다.

해외에선 어떻게 할까? 디지털 유산 정리에 대한 미국 사례 분석


2. 주요 IT 기업들의 정책: 애플, 구글, 페이스북의 대응 방식

미국 내 주요 빅테크 기업들도 자발적으로 디지털 유산 정리를 위한 제도화된 절차를 구축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구글(Google)**은 ‘Inactive Account Manager’라는 기능을 통해 사용자가 생전에 일정 기간(최소 3개월) 활동이 없을 경우 계정을 사전 지정된 수신자에게 넘기거나 자동 삭제할 수 있도록 설정할 수 있게 했다. 이 수신자는 이메일, 드라이브, 포토, 유튜브 등 거의 모든 구글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다. **애플(Apple)**은 iOS 15부터 'Digital Legacy' 기능을 통해 **사후 계정 상속자(Legacy Contact)**를 등록할 수 있게 했으며, 지정자는 고인의 사망증명서와 액세스 키를 통해 iCloud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다. **페이스북(Facebook)**은 ‘추모 계정(Memorialized Account)’ 전환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생전 사용자가 관리자(legacy contact)를 지정하거나 가족이 사망 증빙 서류를 제출하여 계정을 기념 계정으로 전환하거나 삭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처럼 미국의 IT 기업들은 사용자의 사망 이후를 전제로 계정 처리 기능을 미리 제공하고 있어, 디지털 유산 정리를 개인의 권리이자 준비해야 할 과정으로 인식시키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3. 디지털 유언장의 확산: 미국인들의 새로운 상속 문화

최근 미국에서는 단순히 부동산이나 금융자산뿐 아니라, 디지털 자산을 유산의 일부로 포함하는 유언장 작성이 급증하고 있다. 법률 사무소나 유언장 플랫폼들은 '디지털 자산 목록'을 유언장에 포함시키는 항목을 기본으로 제공한다. 여기에는 이메일, 소셜미디어, 온라인 뱅킹, 암호화폐 지갑, NFT 등 디지털 형태의 재산뿐만 아니라, 넷플릭스와 같은 구독 서비스의 해지 권한까지 포함된다. 일부 전문 유언장 서비스는 ‘디지털 자산 상속계획 템플릿’을 제공하며, 사용자는 계정 접근자, 데이터 보존/삭제 여부, 접근 방식 등을 명확히 지정할 수 있다. 특히 RUFADAA와 함께 이 유언장이 있으면 수탁자는 법적으로도 문제없이 계정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디지털 유언장의 작성은 미국에서 점점 일반화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아직 생소한 개념이지만, 미국 사례처럼 디지털 유산도 상속과 동일하게 대비해야 하는 자산이라는 인식이 정착되어가고 있다.


4. 남겨진 사람을 위한 실질적인 정리 서비스의 등장

미국에서는 고인이 된 가족의 디지털 자산을 정리해주는 전문 서비스 업체도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GoodTrust, Everplans, Cake와 같은 스타트업은 유족이 디지털 계정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단계별 가이드를 제공하며, 일부는 온라인 상속 계획 작성까지 지원한다. 사용자는 생전에 이 플랫폼에 자신의 계정 목록, 유언장, 로그인 정보 등을 저장해두고, 지정된 사람이 접근할 수 있도록 설정할 수 있다. 일부 서비스는 사망 사실이 확인되면 자동으로 계정을 정리하는 기능까지 제공하며, 사용자는 생전 어느 계정은 보존하고 어느 계정은 삭제할지를 사전에 설정해둘 수 있다. 특히 이들 서비스는 법률적 절차와 연계되어, 유족이 행정 절차를 보다 쉽게 진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처럼 미국은 디지털 유산을 정리하는 과정이 ‘개인의 철저한 준비 → 기업의 기술적 지원 → 제3자의 실질적 실행’으로 이어지는 완성형 생태계를 구축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