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망자 계정 접근, 단순한 ‘가족의 권리’가 아니다
사망자가 생전에 사용하던 이메일, SNS, 클라우드, 금융계좌 등에 대한 접근은 유족에게 매우 중요하게 여겨진다. 고인의 사진, 영상, 문서 등은 감정적 유산일 뿐 아니라, 각종 보험, 연금, 미수령 수당, 디지털 자산 등을 정리하는 데에도 필요한 실질적 자산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사실은, 사망자의 계정에 무단으로 접속하는 행위가 엄연한 불법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대한민국의 경우, 정보통신망법 제49조 및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라 타인의 계정에 허가 없이 접속하는 것은 명백한 위법이다. 심지어 사망자의 계정이라 하더라도, 고인의 명시적 위임 없이 유족이 임의로 비밀번호를 알아내 로그인하는 것은 ‘부정 접속’으로 해석될 수 있다. 법률상 ‘사망자’는 더 이상 주체가 아니며, 개인정보의 권리 역시 일정 기간 동안 보호받기 때문에, 접근 권한의 유무는 사망 이후에도 여전히 법적으로 중요한 문제다. 즉, ‘내 가족이니까 괜찮겠지’라는 인식은 위험하며, 경우에 따라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
2. 해외 서비스의 계정 소유권 정책은 더 엄격하다
국내법도 엄격하지만, 글로벌 서비스 플랫폼들—예를 들어 구글(Gmail, 유튜브), 애플(iCloud), 메타(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계정 정책은 더욱 명확하게 사후 계정 소유권을 제한하고 있다. 대부분의 해외 IT 기업은 이용약관을 통해 계정은 양도 불가한 개인 소유로 간주하고 있으며, 사망 시에도 자동으로 권리가 이전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구글은 사망자의 계정에 접근하려는 가족에게 법원의 명령서(Court Order) 또는 합법적 위임장, 사망 증명서 등 엄격한 서류 제출을 요구한다. 애플 역시 디지털 유산 프로그램(legacy contact)이 미리 등록되어 있지 않으면, 사망자의 iCloud 계정에 대한 접근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차단한다. 이때 가족이 고인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승인 없이 로그인 시도 자체가 약관 위반 및 부정 접근 행위로 간주되어 계정 영구 정지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정책은 단지 사용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차원이 아니라, 계정 탈취, 사기, 정보 도용 등 2차 범죄를 방지하기 위한 글로벌 보안 표준에 기초한다. 따라서 사망자 계정에 접근하고자 한다면, 비밀번호를 안다고 해서 임의로 로그인하는 것이 아니라, 각 플랫폼의 사후 절차를 거쳐 정식으로 접근 요청을 해야 한다.
3. 유족 간 분쟁과 법적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사례들
사망자의 계정에 무단 접속하는 경우, 그 자체로도 법적 위험이 있지만, 유족 간의 분쟁을 유발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형제자매 중 한 사람이 고인의 계정에 몰래 접근하여 특정 정보를 삭제하거나 금융 정보를 취득했다면, 나머지 가족 구성원은 이를 문제 삼고 형사 고소나 민사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사망자의 계정에는 민감한 개인정보(예: 건강 기록, 대출 정보, 민사 소송 내용 등)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며, 이를 유족 중 일부가 열람하거나 제3자에게 유출하면 정보통신망법, 개인정보 보호법, 형법상 업무방해죄 및 명예훼손죄 등이 적용될 여지가 생긴다.
실제로 2022년 서울중앙지법에서는, 고인의 이메일에 몰래 접근해 부동산 관련 정보를 조회한 유족이 ‘정보통신망 침해죄’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사례도 있었다. 이러한 법적 위험은 정보 접근에 대한 절차적 정당성이 없을 경우 누구에게나 해당된다. 결국 사망자의 계정을 ‘좋은 의도’로 열람한다 하더라도, 그 절차가 위법했다면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는 유족 간 신뢰를 깨뜨리고 가족 해체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매우 중대한 문제다.
4. 사전 위임과 디지털 유언장이 ‘합법적 정리’의 해답
이러한 복잡한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생전에 디지털 자산을 정리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에게 공식적으로 권한을 위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방법으로는 대표적으로 비밀번호 관리자 앱에서 제공하는 '비상 연락처' 기능, 각 플랫폼의 '디지털 상속 설정' 기능, 공증을 통한 디지털 유언장 작성 등이 있다.
예를 들어 구글은 ‘Inactive Account Manager(비활성 계정 관리자)’ 기능을 통해 계정이 장기 미사용 상태일 때 데이터를 누구에게 넘길지 사전에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애플은 ‘Legacy Contact’ 기능을 통해 사망 후 iCloud 자료에 접근할 수 있는 가족을 미리 설정할 수 있다. 또한 일부 보안 앱에서는 사용자의 사망 시 지정한 사람에게 모든 로그인 정보와 데이터가 전달되도록 설정할 수 있는 기능도 지원한다.
법률적으로 더 확실한 방법은 공증을 통한 디지털 유언장 작성이다. 이 문서에는 어떤 계정이 존재하는지, 각각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넘겨야 하는지를 명시할 수 있으며, 사망 이후 유족이 이를 근거로 각 플랫폼에 정식 요청을 할 수 있다.
결국, 사망자 계정 접근 문제는 ‘좋은 의도’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철저한 사전 준비와 법적 절차에 따라 접근해야만, 사고 없이 가족 간 신뢰를 지키고 디지털 유산을 안전하게 정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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