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슬픔 속에 남겨진 디지털 흔적들
친구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내게 큰 충격이었다. 우리는 종종 미래를 계획했고, 어제도 SNS 메시지를 주고받았는데, 다음 날 그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은 믿기 어려웠다. 장례식이 끝난 뒤에도 내 일상에는 그가 여전히 있었다. 친구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유튜브 채널은 이전과 다름없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다. 그의 사진, 댓글, 좋아요 기록, 스토리 하이라이트 등이 마치 시간이 멈춘 듯 머물러 있었다. 그리고 어느 날, 친구가 생전에 올려놓은 자동 예약 게시물이 SNS에 업로드되면서 또 한 번 충격을 받았다. 디지털 세상에서는 사람이 죽었다고 계정이 자동으로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생생하게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져 죽음 이후에도 디지털 흔적은 계속 남는다는 사실을 직접 경험하게 되었다.
2. SNS 기업의 ‘사망 계정 처리 방식’은 제각각
이후 친구의 가족들과 대화를 나누며 그들이 SNS 계정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페이스북은 ‘추모 계정’으로 전환하거나 삭제 요청을 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사망진단서, 가족관계증명서, 신청서 등 복잡한 서류가 필요했다. 인스타그램도 유사한 절차를 요구했고, 트위터(X)는 사망자의 계정을 삭제할 수 있도록 가족이나 법적 대리인이 요청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지만, 역시나 절차는 간단하지 않았다. 그 외 유튜브, 구글 계정은 ‘사망 시 계정 관리자’ 설정을 통해 사전에 계정 이관을 준비할 수 있지만, 친구는 그러한 설정을 해두지 않았기에 가족들은 비밀번호도 모르는 채 계정 접근조차 불가능한 상황에 놓였다. 결국 일부 계정은 그의 흔적을 남기고 싶다는 가족의 판단에 따라 그대로 방치되었고, 일부는 어렵게 삭제되었다. 이 경험은 디지털 시대의 죽음이 새로운 문제를 야기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
3. 사후 계정 정리는 감정과 기술, 법적 절차의 충돌
친구의 SNS를 바라보는 주변 사람들의 시각은 다양했다. 누군가는 “그의 기록을 보며 위안을 얻는다”고 말했고, 또 다른 이는 “죽은 사람의 계정이 살아 움직이는 것이 무섭다”고 했다. 감정적인 측면과 기술적 측면, 그리고 법적·윤리적 판단이 서로 충돌하는 순간들이 많았다. SNS는 사적인 공간이면서 동시에 공개적인 플랫폼이기 때문에 그 계정의 처리 방식은 단순한 해지나 보관의 문제가 아니라 고인의 인격권, 유족의 권리, 사회적 맥락이 함께 얽힌 복합적인 문제였다. 계정을 삭제하면 더 이상 그를 기억할 수단이 사라지는 것이고, 방치하면 사생활 침해나 악의적 도용의 위험이 따르며, 누군가는 이를 통해 사망자의 명예가 훼손될 수도 있다. 특히 유명하지 않더라도 개인 유튜브나 트위터에 남긴 발언들이 사후 오해를 불러일으킬 경우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현실도 무시할 수 없었다. 이렇듯 사후 계정 정리는 단순한 절차가 아니라, 고인과 남겨진 자들의 복잡한 감정과 책임이 뒤섞인 영역이라는 걸 깨달았다.
4. 우리가 준비해야 할 디지털 유언
이 사건을 계기로 나는 내 계정들을 하나하나 점검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무심코 만들어둔 수십 개의 계정들이 내 죽음 이후 어떻게 될지, 누가 이 계정들을 정리해줄 수 있을지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그래서 가장 먼저 구글의 ‘Inactive Account Manager’ 기능을 활성화했고,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도 사후 관리자를 지정해두었다. 또, 주요 비밀번호와 계정 목록을 암호화된 메모앱과 비밀번호 관리자에 저장했고, 유족 중 신뢰할 수 있는 사람에게 열람 권한을 줄 방법도 마련했다. 이 경험은 단순히 친구의 죽음을 추모하는 것을 넘어, 디지털 삶을 어떻게 닫을 것인가에 대한 개인적인 성찰로 이어졌다. 지금도 친구의 SNS에 사람들이 생일 축하 메시지를 남기고 있지만, 그가 다시 댓글을 달 일은 없다. 남겨진 우리는 그 계정이 의미하는 바를 고민하고, 우리의 디지털 흔적이 남에게 짐이 되지 않도록 스스로 준비할 책임이 있다.
'디지털 유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계정 하나로 모든 것이 연결된 시대, 죽음 뒤 정리는 어떻게 가능한가 (1) | 2025.08.02 |
---|---|
유튜버의 죽음 이후 구독자와 계정이 겪은 변화 (2) | 2025.08.02 |
아버지의 계정을 정리하며 배운 7가지 교훈 (1) | 2025.08.02 |
넷플릭스, 왓챠 등 스트리밍 서비스 사망 시 정지 및 해지 방법 총정리 (0) | 2025.08.02 |
트위터(X) 사망 계정 삭제 절차 및 소요 기간 완전 정리 (0) | 2025.08.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