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 메신저 기록, 유족이 볼 수 있을까?
1. 사망자의 메신저 기록, 누구의 권리인가?
디지털 시대의 사생활은 단순히 휴대전화나 컴퓨터에 저장된 데이터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메신저, 애플 iMessage, 왓츠앱 등 다양한 메신저 플랫폼에서 오간 대화 기록도 명백한 개인 정보이며, 사생활의 핵심 요소다. 그렇다면 사용자가 사망한 후 이 메신저 기록은 유족에게 법적으로 열람이 가능한 자산일까? 많은 국가에서 개인의 사후 프라이버시 보호에 대한 법적 기준이 모호하거나 여전히 형성 중이다. 한국의 경우, 개인정보 보호법은 원칙적으로 ‘개인의 사망 이후’까지 그 보호 범위를 명시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정보통신망법이나 민법, 형법 등 여러 법률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사망자의 디지털 기록은 유족의 단순한 감정적 필요만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실제로는 서비스 제공자의 정책, 생전의 사전 설정 여부, 법원의 명령 유무 등에 따라 열람 가능 여부가 결정된다.
2. 카카오톡, 아이메시지 등 주요 메신저의 사후 정책
카카오톡은 국내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메신저지만, 현재까지 공식적인 ‘사망자 계정 처리 정책’을 별도로 마련해 두지는 않았다. 계정 삭제 요청은 가능하지만, 유족이 사망자의 대화 내용을 열람하거나 다운로드할 수 있는 기능은 존재하지 않는다. 애플의 경우 iMessage는 아이클라우드 기반으로 동기화되므로, 유족이 고인의 애플 계정에 접근할 수 있다면 일부 메시지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애플은 ‘디지털 상속인(Legacy Contact)’을 생전에 지정하지 않은 이상, 사망 후 계정 접근을 극도로 제한한다. 왓츠앱과 텔레그램은 종단 간 암호화 방식을 적용하여, 서버 내 대화 내용을 누구도 열람할 수 없도록 설계돼 있다. 유족이 계정 비밀번호를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대화 상대방의 동의 없이는 전체 대화 열람이 법적으로 문제 될 수 있다. 즉, 기술적 보안과 서비스 운영 정책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메신저 기록은 사망자의 사적 영역으로 남게 되는 경우가 많다.
3. 사후 메시지 열람을 위한 법적 절차와 유족의 권리
메신저 기록에 접근하려는 유족은 보통 두 가지 경로를 통해 이를 시도할 수 있다. 첫째는 사망자의 계정 정보(이메일, 비밀번호 포함)를 가지고 있는 경우다. 이 경우에도 약관 위반 소지가 있으며, 유족의 접근이 서비스 제공자의 ‘무단 접속’ 기준에 해당될 수 있어 위험하다. 둘째는 법원을 통해 정식으로 정보 제공을 요청하는 방식이다. 한국에서는 유족이 고인의 법적 상속인임을 입증하고, 사망 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유언장 등을 제출하여 법원의 명령을 받은 후 플랫폼에 공식적으로 열람을 요청하는 절차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 또한 보장된 권리는 아니며, 플랫폼 측이 프라이버시 보호와 계약법을 근거로 거부할 수 있다. 특히 카카오, 네이버 등 국내 플랫폼도 사용자 본인의 사전 동의 없이 제3자에게 메신저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 따라서 메신저 기록에 접근하고자 하는 유족의 법적 권리는 제한적이며, 살아 있는 동안 본인이 명확한 의사를 남겨두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4. 디지털 유언과 생전 설정의 중요성
이러한 복잡한 현실을 감안할 때, 메신저 기록의 사후 처리는 개인이 살아 있는 동안 명확한 디지털 유언을 남기는 것으로 귀결된다. 예를 들어, 사용자는 카카오톡, 애플 ID, 구글 계정 등과 관련된 주요 비밀번호를 안전하게 보관하고, 유족 또는 신뢰할 수 있는 사람에게 접근 권한을 부여하는 절차를 준비할 수 있다. ‘디지털 상속인’을 미리 지정하거나, 디지털 유언장을 통해 어떤 메신저 기록을 공개할지 여부를 명확히 해두면 유족의 혼란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니즈에 따라 ‘디지털 자산 관리 서비스’나 ‘디지털 금고’ 기능을 제공하는 앱들도 등장하고 있으며, 법률사무소나 IT 스타트업이 관련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어떤 대화는 남기고 싶고, 어떤 대화는 함께 묻히고 싶다’는 개인의 의지가 제대로 존중받기 위해서는 생전의 준비와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필수적이다. 기술이 발전하는 만큼, 사후에도 프라이버시가 존중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숙제이기도 하다.
★ 요약
- 사망자의 메신저 기록은 개인정보 보호와 사후 프라이버시 이슈로 인해 유족이 임의로 열람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 카카오톡, 애플 iMessage, 왓츠앱 등 주요 메신저들은 대부분 사망자 계정 접근을 엄격히 제한하거나 별도 절차를 요구한다.
- 유족이 대화 내용을 확인하려면 법원의 명령이나 생전 지정된 '디지털 상속인' 권한이 필요하지만, 플랫폼 정책에 따라 거부될 수 있다.
- 무단 접근은 약관 위반 또는 불법행위로 간주될 수 있어, 기술·법률적으로 모두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 따라서 메신저 기록을 포함한 디지털 자산의 사후 처리를 위해선 생전의 유언장 작성과 계정 접근 권한 설정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